올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가트너 IT 심포지엄/엑스포(Gartner IT Symposium/Xpo)’에서는 예상대로 AI가 주목을 받았다. 가트너는 이 행사에서 내년 기업 IT의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 기술 트렌드를 공개했다.
가트너의 리서치 총괄이자 부사장 애널리스트인 대릴 플러머는 기조연설에서 “기업에는 AI 전담 리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트너 부사장 애널리스트 진 알바레즈는 “2026년은 기술 리더에게 전환점이 될 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혼란, 혁신, 그리고 위험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6년의 핵심 전략 기술 트렌드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AI가 주도하는 초연결 시대에서 책임 있는 혁신, 운영 효율성, 디지털 신뢰를 실현해야 하는 기업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트너 부사장 애널리스트 토리 폴먼은 “올해는 속도 자체가 다르다. 한 해 동안 이처럼 많은 혁신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가트너가 선정한 2026년 주요 전략 기술 트렌드를 소개한다.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예측: 가트너는 2028년까지 주요 기업의 40% 이상이 핵심 비즈니스 워크플로에 하이브리드 컴퓨팅 패러다임 아키텍처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8% 수준에서 5배 이상 증가하는 수치다.
가트너는 보고서를 통해 “AI 슈퍼컴퓨팅 플랫폼은 CPU, GPU, AI 전용 ASIC, 뉴로모픽 칩 등 다양한 컴퓨팅 방식을 통합해 복잡한 워크로드를 조율하며 성능, 효율성, 혁신성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이런 시스템은 고성능 프로세서, 대용량 메모리, 특수 하드웨어, 오케스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머신러닝, 시뮬레이션, 데이터 분석 등 데이터 집약적 워크로드를 처리하도록 설계됐다”라고 설명했다.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
예측: 가트너는 2028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생성형 AI 모델의 절반 이상이 도메인 특화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Area-Particular Language Mannequin, DSLM)은 범용 대규모 언어 모델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며, 더 높은 정확도와 낮은 비용, 그리고 강화된 규제 준수 역량을 제공한다. 가트너는 “DSLM은 특정 산업, 기능, 프로세스에 특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거나 정교하게 튜닝된 언어 모델로, 범용 모델보다 목표 비즈니스에 맞춰 정확성과 신뢰성, 규제 준수 수준이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가트너의 폴먼은 “DSLM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는 산업별 맥락을 이해해 낯선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정확성, 설명 가능성, 판단력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최종 사용자들이 2025년 생성형 AI 모델에 지출할 금액은 142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DSLM을 비롯한 특수 생성형 AI 모델에 대한 지출은 11억 달러로 예상된다.
AI 보안 플랫폼
예측: 가트너는 2028년까지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이 AI 보안 플랫폼을 도입해 AI 투자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는 “AI 보안 플랫폼은 서드파티 및 자체 개발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합적으로 보호하는 체계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가시성을 중앙집중화하고, 사용 정책을 적용하며, 프롬프트 주입, 데이터 유출, 비인가 AI 에이전트의 행동 등 AI 특유의 보안 위험으로부터 방어한다. AI 보안 플랫폼은 CIO가 AI 사용 정책을 관리하고, 활동을 모니터링하며, 일관된 보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도록 돕는다”라고 전했다.
가트너는 또한 맞춤형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새로운 공격 표면과 보안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기업이 개발 단계부터 실행 환경까지 보안을 내재화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트너는 “AI 에이전트는 확률적 모델에 기반해 동작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예측이 어렵다. 위험 관리는 단순하지 않으며, 기업은 불확실성을 통제하면서도 AI 에이전트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AI 네이티브 개발 플랫폼
예측: 가트너는 2030년까지 AI 네이티브 개발 플랫폼의 확산으로 전체 조직의 80percent가 대규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팀을 소규모·민첩한 팀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네이티브 개발 플랫폼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은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개발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AI와 협업하는 소규모 팀을 구성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보안과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비기술 직군의 도메인 전문가들도 직접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소규모 플랫폼 팀을 운영하고 있다.
컨피덴셜 컴퓨팅
예측: 가트너는 2029년까지 신뢰할 수 없는 인프라 환경에서 처리되는 업무의 75% 이상이 컨피덴셜 컴퓨팅을 통해 ‘사용 중 데이터 보호(In-Use Safety)’를 구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컨피덴셜 컴퓨팅은 기업이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하드웨어 기반 신뢰 실행 환경(TEE) 내에서 워크로드를 격리함으로써 인프라 운영자, 클라우드 제공자, 심지어 물리적 접근 권한을 가진 자로부터도 데이터와 워크로드를 보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은 규제가 엄격한 산업, 지정학적·규제 리스크에 직면한 글로벌 운영 환경, 그리고 경쟁사 간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특히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라고 덧붙였다.
선제적 사이버보안
예측: 가트너는 2030년까지 전체 보안 지출의 절반이 선제적 사이버보안 솔루션에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4년 5% 미만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CIO들이 기존의 ‘사후 대응’ 전략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보안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선제적 사이버보안 기술은 고도화된 AI과 머신러닝(ML)을 활용해 위협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 및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예측형 위협 인텔리전스, 정교한 기만 기술, 자동화된 이동표적 방어(MTD) 등의 기능이 포함된다.
가트너는 네트워크, 데이터, 연결 시스템을 겨냥한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선제적 보안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먼은 “선제적 사이버보안은 공격자가 움직이기 전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AI 기반 보안운영(SecOps)과 프로그래밍형 방어·기만 기술을 통해 실현된다. 이제는 ‘예측이 곧 보호’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선제적 사이버보안 솔루션이 점차 기존의 탐지 및 대응 중심 보안 솔루션을 대체하며 사이버 위협 방어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가트너의 전무 이사 칼 매니언은 최근 보고서에서 “선제적 사이버보안은 글로벌 공격 표면 그리드(International Assault Floor Grid, GASG)의 다양한 연결 계층 위에서 운영되는 모든 조직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출처 증명
예측: 가트너는 2029년까지 디지털 출처 증명(Digital Provenance) 역량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조직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재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트너는 “기업이 서드파티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코드, AI 생성 콘텐츠에 점점 더 의존함에 따라 디지털 출처 증명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디지털 출처 증명은 소프트웨어, 데이터, 미디어, 프로세스의 출처, 소유권, 무결성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자재 명세서(SBoM), 인증 데이터베이스, 디지털 워터마킹 등의 기술이 공급망 전반에서 디지털 자산의 진위와 이동 경로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리적 이전
예측: 가트너는 2030년까지 유럽과 중동 지역 기업의 75% 이상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리적 이전(Geopatriation) 전략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5년 5% 미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가트너 정의에 따르면 지오패트리에이션은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기업의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이동시켜 소버린 클라우드, 지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또는 자사 데이터센터 등 지역 기반 인프라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됨에 따라 확산되고 있으며, 과거 은행이나 정부 기관에 국한됐던 클라우드 주권 개념이 이제 일반 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멀티에이전트 시스템
가트너는 멀티에이전트 시스템(Multiagent Programs, MAS)을 개별 또는 공동의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AI 에이전트의 집합으로 정의했다. 이런 에이전트는 하나의 통합 환경에서 작동할 수도 있고, 분산된 여러 환경에 독립적으로 개발 및 배포될 수도 있다.
가트너의 알바레즈는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업은 복잡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팀의 역량을 강화하며,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듈형 특화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검증된 솔루션을 워크플로 전반에 재사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개발 속도를 단축하며,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이 접근 방식은 기업이 운영 규모를 확장하고 변화하는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도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피지컬 AI
가트너는 “피지컬 AI는 로봇, 드론, 스마트 장비 등 현실에서 감지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기계와 장치에 지능을 부여한다. 이 기술은 자동화, 적응성, 안전성이 핵심인 산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킨다”라고 밝혔다. 또한 “피지컬 AI의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은 IT, 운영, 엔지니어링을 아우르는 새로운 융합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인재 재교육과 협업 기회를 창출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세심한 변화 관리가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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