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및 비즈니스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행사에서는 AI 에이전트 기반의 업무 환경 재설계부터 자동화된 운영 모델, 영상·언어·보안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까지 기업의 일하는 방식 전반을 AI 중심으로 다시 구성하는 실질적 전략들이 공유됐다.
IDC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직접 만드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IDC는 AI 에이전트가 여러 시스템과 데이터를 스스로 연결해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집단 지능 구조가 2026년 기업 운영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는 개념 증명(PoC) 중심의 도입 단계가 끝나고 AI가 실제 운영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기조연설에서 한국IDC 김경민 이사는 이런 변화 속에서 CIO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립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이사는 CIO의 역할이 기술 관리자를 넘어 조직의 가치·인재·운영 체계를 설계하는 ‘디지털 오케스트레이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AI 도입 여부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확장할 것인지를 책임지는 위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한국에서 AI 투자가 각각 3.3배, 6.2배 증가하고 있다면서, “2026년 이후 기업의 경쟁력은 에이전트 AI를 얼마나 빠르게 전사 프로세스에 내재화하느냐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IDC 김경민 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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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AI 기반 혁신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는 전략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노션의 프로덕트 오퍼레이션 리드 리처드 강은 기업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가 업무 도구의 과잉과 정보 파편화라고 진단했다. 문서, 노트, 프로젝트 관리 도구 등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 보니 직원이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며, 같은 내용을 여러 공간에서 중복 관리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리처드 강은 “필요한 것은 새 도구가 아니라 흩어진 지식을 한곳에 모아 연결하는 단일 워크스페이스”라고 강조하며, 이런 배경에서 노션이 문서 요약부터 PDF·파워포인트·스프레드시트까지 AI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통합 환경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션 맞춤형 AI 에이전트가 팀의 규칙과 작업 방식을 학습해 반복 업무를 자동 처리하며, 실제 기업에서 ‘가상 인턴’처럼 질문에 응답하고 문서를 업데이트하는 등 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옴니사의 아시아태평양 시니어 디렉터 제이 사네이는 디지털 근무 환경이 변하고 업무가 공간·디바이스·네트워크를 넘나드는 시대에 기존 방식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네이는 이런 변화 속에서 AI가 운영 전반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옴니사는 이를 위해 AI 기반의 ‘폐쇄 루프(Closed Loop)’ 운영 모델을 적용한 통합 디지털 워크 플랫폼을 제시했다. 사네이는 “과거에는 장애가 발생하면 IT가 티켓을 열고, 원인을 찾고, 패치를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자체적으로 신호를 감지하고, 원인을 진단하고, 조치를 실행하고, 결과까지 검증한다.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AI 운영 엔진’이 기업의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시호 델 테크놀로지스 이사는 윈도우 10 지원 종료와 AI 확산이 맞물리며 AI PC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디바이스로 실시간 추론, 요약, 코딩, 보안 분석을 처리해야 하는 시대에 기존 PC로는 감당할 수 없다”라며, 기업의 대부분 PC가 앞으로 AI 처리 전용 엔진(NPU)을 탑재한 AI PC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델의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2028년까지 전체 PC의 98percent가 AI PC로 전환될 것으로 나타났다.
강시호 이사에 따르면 델 테크놀로지스는 업무 환경 변화에 맞춰 PC부터 주변 기기, 보안, 관리 솔루션까지 워크스페이스 전체를 통합 지원하는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다. 강 이사는 “업무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기기와 소프트웨어, 보안 체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해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통합에 중심에는 AI PC가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업무·보안·데이터·지능을 모두 담는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버카다 코리아의 이상훈 상무는 물리 보안이 더 이상 총무나 시설 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CIO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영역임을 강조했다. 기업이 보유한 가장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가 CCTV 영상인 동시에 사이버 공격 표면도 물리보안 영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 상무는 “이를 CIO의 관리 영역으로 다루지 않으면 보안 측면에서도, 데이터 측면에서도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상무는 기업 내 CCTV·출입통제·센서 시스템이 10년 넘게 정체돼 있어, 기업이 가진 가장 큰 비정형 데이터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버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보안 장비를 하나의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영상·이미지·텍스트를 이해하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용해 영상을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를 POS·ERP·생산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민원 대응 시간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AI가 가장 빠르게 혁신할 분야가 바로 물리 보안”이라며 물리 보안이 기업의 비정형 데이터 전략과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엘의 최용수 AE(Account Government)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언어가 단순한 역량 문제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언어 장벽’이 아닌 ‘언어 누수’라고 진단하며, 글로벌 회의에 참석해도 참석자마다 이해도가 달라 정보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미세한 차이가 조직 전체의 실행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수 AE는 이 문제를 해결한 기업에서 회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딥엘이 개발한 실시간 AI 음성 번역 솔루션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즉시 번역해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얻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 AE는 “작은 차이가 실시간 회의에서는 크게 번질 수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해당 솔루션을 활용한 기업에서 질문과 토론이 늘고 정보 흐름이 명확해지는 등 회의 문화가 개선되는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김영익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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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션에서는 경제학자 김영익 교수가 2026년 글로벌 및 국내 경제 전망의 주요 흐름을 짚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 확장과 초저금리 정책으로 경기를 떠받쳐 왔지만, 그 후유증으로 정부·기업·가계 부채가 시스템 전반에 쌓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평균 3%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저성장이 심화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결국 모든 기업이 시장에 남을 수는 없는 환경이 된다”라며, 앞으로 기업이 선택과 집중, 구조조정, 인재 다양성과 조직의 복원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조직 구성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기업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useong.kim@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