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박스터는 현재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진행 중이다. 2023년에는 신장 치료 및 바이오파마 솔루션(BioPharma Options) 사업부를 매각하고, 조직 구조를 3개의 독립적인 글로벌 사업 부문으로 재편했다. 현재 박스터는 운영 효율성과 기술 역량을 동시에 고도화하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스터의 CIO 러스티 파텔은 IT 부서가 경영진과 협력해 어떻게 회복력 있고 가치 중심적인 기술 역량을 구축하며, 유기적 성장과 인수합병(M&A) 같은 비유기적 성장을 함께 추진해 성과를 가속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박스터는 수 년째 대규모 전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여정에서 IT 부서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박스터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시장 접근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는 지역별 총괄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제품을 선택해 지역 시장을 구성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사업 부문의 각 총괄이 전 세계 시장을 직접 관리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재편했다.
이 변화를 추진하면서, 여러 사업과 고객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동시에 각 사업 부문이 다루는 제품과 시장이 서로 달라 고유한 과제와 요구사항이 존재한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예를 들어 의약품을 생산하는 일과 생체 신호 모니터를 만드는 일은 접근 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
이런 이유로 IT 부서에서는 각 사업 부문마다 전담 리더를 두어 전략적 솔루션을 설계하고, 부문별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핵심 기능 조직에서는 각 사업부의 고유한 요구에 맞춘 디지털 프로세스를 지원하며 전체적인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구조를 통해 IT 조직은 공급망, 영업, 연구개발(R&D) 등 주요 지원 영역에 보다 깊은 전문성과 선제적 대응 역량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 사업 부문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공유 서비스 리더십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전략과 전환, 거버넌스와 정책, M&A, 애플리케이션 제공, 사이버 보안, 데이터, AI, IT 운영을 담당하며, 표준화된 전사적 솔루션을 제공해 비용 효율성과 확장성, 일관성을 보장한다.
IT 부서는 신제품 개발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나?
IT 부서의 핵심 역할은 의약품, 의료기기, 기술 시스템이 설계되고 제공되는 핵심 아키텍처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박스터처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기업에서는 제품의 특성, 설계 방식, 유지관리 과정에서 세부적인 차이와 고려사항이 많다.
예를 들어 올해 초 박스터는 ‘볼트 링크(Voalte Linq)’라는 음성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이 기기는 1차 진료 의사와 간호사가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환자 상태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데이터를 분석해 진료 품질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식별하도록 인사이트도 제공한다. IT 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도구와 시스템을 제공해, 제품 플랫폼이 수명 주기 관리와 보안 협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과정 전반에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 창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조직 내 다른 부문에는 어떤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나?
박스터의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다. 전 세계 40개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50만 개 이상의 연결형 의료기기가 100여 개국에서 환자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이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 기기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요 신호를 생산·공급 능력과 정확히 매칭시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전형적인 영업 및 운영계획(S&OP) 과제로 박스터의 비즈니스에 매우 중요하다.
박스터는 상용 솔루션을 도입해 이 과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상업 부문, 공급망 기획팀, IT 부서가 교차 기능팀으로 협업해 개선을 추진 중이다. 팀은 공급망 계획이 가장 필요한 영역을 파악하고, 전 지역과 제품 포트폴리오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여러 산업에서 CIO로 일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산업으로 커리어를 전환할 때 조언이 있다면?
“조직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산업이 달라져도 조직의 운영 원리는 같다는 뜻이다. 목표를 세우고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박스터에 합류하기 전까지 의료 업계에 몸담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박스터의 제품 라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그동안 산업재, 도매 유통, 자동차,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기업과 민간기업 모두를 경험했고, 규제가 까다로운 환경과 다수의 M&A도 지원했다. 의료 분야가 새롭긴 하지만, 기존 경험이 박스터의 전문성과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설 때면 몇 가지 핵심 영역에 집중한다. 우선 거버넌스, 기술 및 운영, 재무 및 가치 관리에 주목하는데, 특히 재무와 가치 관리는 항상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여기에 IT 로드맵을 포함한 비즈니스 역량을 함께 검토하며, 팀과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명확한 우선순위를 가진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실행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팀과 함께 비즈니스 및 기술 개념에 대한 공통된 정의를 세워 소통의 기반을 만든다. 공통 언어가 마련돼야 변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산업을 옮겨가는 일은 새로운 리더십 역할을 시작하는 일일 뿐이며, 오히려 다양한 산업 경험이 긍정적인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이사회와 팀을 어떻게 대비시키고 있나?
이사회의 핵심 역할은 거버넌스, 비즈니스 전략, 자산 배분이다. AI가 변화를 만들긴 했지만, 이사회의 근본적인 역할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사회는 속해 있는 산업의 규제와 준법 영역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스터의 경우, 이는 의료 분야의 규제 준수와 AI의 윤리적 활용 문제와 맞닿아 있다.
또한 이사회는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하기에, 경영진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우리의 경쟁 방식과 시장 진출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AI 투자 기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활용할 것인가?’ 같은 질문들이다. 이사회의 본질적 역할은 변하지 않지만, AI에 대한 이해 수준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오류를 줄이며, 의사결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접근성, 규제 준수 등 다양한 과제를 인식하고 해결해야 한다. 나는 AI 오류를 최소화하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서 간 협업, 사람 중심의 감독과 교육, 체계적인 변화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AI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돼야 한다. 박스터는 현재 법무, 재무,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AI 거버넌스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제안된 AI 프로젝트의 위험도를 다각도로 평가하고, 의사결정과 대응 조치를 문서화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아울러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제품팀은 각 사업 부문과 긴밀히 협력해 우선순위가 높은 AI 사용례와 애플리케이션을 선정한다.
박스터는 조직 내 AI 이해 수준을 강화하고 도입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상업적 사용례에 초점을 맞춘 AI CoE(Heart of Excellence)를 설립하고 각 부문별 리더가 협력해 AI 활용의 우선 가치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AI의 가치와 활용 방식을 주도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내부 협력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AI 워크샵(promptathon), 뉴스레터,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팀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성공’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팀을 만든다. 고객, 시장, 그리고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신뢰받는 팀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 각 사업 부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균형 있게 구성하려 한다. 필요할 경우 글로벌 지원을 받고, 기존 핵심 인재와 적절한 외부 인재를 조화시켜 원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복력’이다. 과거 컨설팅을 그만두고 처음 운영 현장으로 옮겼을 때,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부 IT 리더로 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 회사는 모바일 기기와 소비자 전자제품 중심의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던 시기였다. 전략에 집중하던 이전 역할과 달리 사업 축소와 성장 주기, 프로세스와 시스템 변화, 기술 혁신, M&A, 경쟁 압박, 그리고 조직 내부의 역학 등 전략적, 운영적 과제까지 동시에 다뤄야 했다.
새로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늘 모토로라에서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 시절은 동시에 여러 변화와 과제를 다뤄야 했던 시기였고, 그때 배운 교훈이 지금까지도 기준이 되고 있다. 그 경험 덕분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결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의 역할은 팀이 그런 변화에 스스로 익숙해지도록 돕는 일이다. 그래야 다음 목표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팀이 늘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하고, 서로 협력하며,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나누길 바란다. 하지만 방향이 정해지면 모두가 한 팀으로 움직이고, 조정이 필요할 땐 함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팀이 같은 방향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도록 만드는 일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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