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 발전을 이끌어온 엔비디아(Nvidia)가 기술 진화의 다음 단계로 ‘피지컬 AI(Bodily AI)’를 지목했다.
엔비디아의 기업용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카리 브리스키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GTC 박람회 사전 브리핑에서 “다음 물결은 피지컬 AI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에이전틱 AI는 컴퓨터가 스스로 행동을 취하도록 돕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엔비디아는 이 기술이 카메라, 센서, 라이다(LiDAR) 등 다양한 데이터 수집 장비를 통해 현실로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리스키는 “피지컬 AI는 세상을 인식하고 환경에 대해 추론하며, 그에 따라 행동을 출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를 통해 로봇, 기계, 자율주행차, 물리적 장치 등 다양한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통합하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브리스키는 “오늘날 공장은 이미 로봇화되고 있으며,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로봇은 위험한 일을 맡고 사람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첨단 제조와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약 1조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400만 명을 포함한 전 세계 약 5,000만 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리스키는 “현재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로봇과 피지컬 AI가 그 해답이다. 우리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생성형 AI와 관련한 장기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이미 산업혁명이나 인터넷의 등장처럼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봤다.
일부 연구자들은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41percent가 “AI가 일부 업무를 자동화함에 따라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29일 생성형 AI 도입 이후 효율화를 이유로 약 1만 4,000명의 직원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AI의 확산으로 기술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반면 AI가 기존 일자리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다만 이런 변화 속에서 직원은 새로운 역량과 기술을 갖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첨단 공장 증가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 설비, 건물, 로봇 등 수백 개의 벤더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는 점이 큰 과제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및 시뮬레이션 기술 부문 부사장 레브 라바레디언은 이를 완전히 통합하는 데는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그런 시간을 갖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바로 이 지점에서 피지컬 AI가 역할을 하게 된다. 엔비디아의 모델은 현실의 입력 데이터를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연결해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하며, 그 결과를 통해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스스로 이동하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최근 ‘코스모스 리즌(Cosmos Motive)’ 모델을 발표했다. 이 모델은 영상 및 그래픽 입력 정보를 기반으로 로봇이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엔비디아는 주요 로봇 제조업체인 파낙(FANUC), 스킬드AI(Expert AI), 폭스콘(Foxconn) 등이 ‘메가(Mega)’라는 새로운 설계 구조를 활용해 로봇을 공장 시스템과 연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구조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소프트웨어와 RTX 프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며, 로봇은 메가의 제어 시스템에 연결돼 로봇 AI 모델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
라바레디언은 “로봇 AI 모델과 공장 제어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며, 디지털 세계와 현실 전반에서 모든 움직임과 공정을 정밀하게 동기화한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또한 차량공유 기업 우버(Uber)와 협력해 2027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로봇택시를 도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브리스키는 “양사는 향후 수년 내 전 세계에 10만 대 이상의 로봇택시를 배치할 예정”이라며 “이는 현재 운행 중인 로봇택시보다 20배 많은 규모로, 지역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율주행차는 엔비디아의 하이퍼리온 레벨 4(Hyperion Degree 4)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브리스키는 “이미 현재의 로봇택시 운영만으로도 차량 제조, 통합, 운행 관리, 차량 정비, 충전, 원격 지원, 고객 서비스, 규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일자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마지막으로 산업 및 의료 분야용 AI 컴퓨터 ‘IGX 토르(Thor)’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신 블랙웰 GPU를 탑재했으며, 각 산업 분야별 AI 모델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IGX 토르는 즉시 구매 가능한 통합형 시스템 ‘IGX T7000’과 시스템 제조업체가 맞춤 구성을 할 수 있는 ‘IGX T5000’ 등 2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라바레디언은 “IGX 토르는 산업용 등급의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훨씬 넓은 온도 범위와 강한 진동 내성을 제공한다. 해당 분야의 많은 기업이 이 기능을 요구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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