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시장분석기업 포레스터는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까지 AI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1년 내 다수의 기업이 AI 예산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포레스터는 많은 기업이 투자수익률(ROI)을 확인하지 못해 계획된 AI 지출의 4분의 1을 2027년까지 연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레스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AI 관련 수익이 증가했다고 답한 AI 의사결정자는 전체의 15percent에 불과했다. AI가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답한 비율도 3분의 1을 밑돌았다.
포레스터 분석진은 “AI 벤더가 내세운 과도한 약속과 기업이 실제로 얻은 가치 사이의 괴리가 시장 조정을 불러올 것”이라며 “현명한 구매자는 이 같은 공급 측의 불안정을 기회로 삼아 AI 비용 구조를 조정하고, 실질적인 수익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포레스터 신기술 담당 부사장 브라이언 홉킨스는 최근 많은 CIO들이 AI 프로젝트의 ROI 부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가 효율성 향상에는 도움을 주고 있지만, 직원이 이메일 작성 시간을 15분 절약한다고 해서 기업의 순이익이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홉킨스는 “기업들이 개별 작업 단위의 효율성을 전사적인 프로세스 효율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어, 매출 측면의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렇다고 이들이 AI의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그들이 얻고 있는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포레스터의 주요 고객군인 금융·헬스케어 산업에서 절반가량의 조직이 2026년 예정된 AI 예산 집행을 미룰 것으로 예상했다.
홉킨스는 “경영진의 압박으로 AI 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한 CIO들이 대형 AI 플랫폼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CIO와의 최근 대화를 언급하며 “그 CIO는 ‘이 플랫폼이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낼까, 아니면 그저 기다려야 할까’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라며 “이처럼 대규모 플랫폼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한 가치가 실현되지 않으면 AI 예산은 결국 삭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블이다 VS 조정 국면이다
일부 전문가는 AI 시장의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단순한 조정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레스터의 전망에 동의하는 일부 AI 전문가들은 시장 재조정이 곧 다가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립자 빌 게이츠 역시 최근 AI 버블의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업계 관찰자들 역시 AI 열풍이 다소 식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가까운 시일 내 버블이 ‘붕괴’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거품이 서서히 빠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 AI 투자가 둔화될 조짐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마케팅용 AI 및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하이타치(Hightouch)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브라이언 콧릴라는 “AI 지출이 줄어드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라며 “기업들이 단지 AI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지 더 신중하게 따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수준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라며 “AI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긴박감은 여전하지만, 초기 실험 단계 때보다 구매 기준이 훨씬 성숙하고 엄격해졌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콧릴라는 시장 조정이 언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열풍’을 언급하며 “AI 역시 노동 보조나 대체 측면에서 그 효용이 명확하고 부인할 수 없지만, 시장은 언제든 과열될 수 있다”라며 “당시 암스테르담에서는 튤립 한 송이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광풍이 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추가적인 기술 발전이 없더라도 이미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라며 “이 기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조정의 가능성
한편 다른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실험적인 AI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실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AI 투자가 점진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IT 컨설팅 기업 트리네틱스(Trinetix)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샘 페리세(Sam Ferrise)는 “일부 기업은 AI 도구의 정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또 다른 기업은 데이터 접근성이나 구조화 수준이 낮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AI의 정확도와 성능에 대한 기대가 자신들의 투자 규모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라며 “투자 수준과 활용 사례에 맞게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AI를 도입한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라며 “ROI가 명확한 사례를 검증하더라도,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하기 전에는 보안과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두 요소가 맞물리지 않으면 기업이 투자를 일시 중단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페리세는 “버블 붕괴 시나리오는 다소 과장된 시각일 수 있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이 교육, 규제 준수, 거버넌스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을 종종 간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시장의 ‘재조정’ 또는 ‘초기화’일 것”이라며 “기업들은 앞으로 더 적은 투자로도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AI 활용 사례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과 중심의 AI 투자 전환
에이전트 기반 프로페셔널 서비스 자동화 기업 로켓레인(Rocketlane)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스리크리슈난 가네산은 2026년에는 실험적 AI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들이 이제는 검증된 성과를 내는 AI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AI 비전을 파는 시대는 너무 오래 지속됐고, 이제는 성과 중심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네산은 “현재 많은 기업이 AI를 통해 높은 ROI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과도한 기대가 결국 시장의 조정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일부 기업은 AI를 활용해 ‘근본적인 효율성(radical effectivity)’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기업 내 여러 부서에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전체 AI 투자 규모는 여전히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B2B 결제 플랫폼 트레비페이(TreviPay)의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 댄 짐머만은 “AI 사용자가 개념 증명(Proof of Idea, POC) 단계에서 실제 운영(Manufacturing)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외형적인 지출 규모는 줄어들지만, 투자는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초기 AI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실험은 많았지만, 측정 가능한 ROI가 부족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라며 “이제는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필수적인 재조정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AI 실험에 몰두하고, 대담한 약속을 하며 시제품을 서둘러 내놓던 과도기적 열풍이 끝나가고 있다”라며 “이제는 보다 체계적이고 기술 중심적이며 실용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짐머만은 “단순히 시연용으로 AI를 적용했던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수 있지만, 고객 서비스나 신용 의사결정 등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통합한 기업들은 지속적인 ROI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AI는 분명히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전반에 걸쳐 지식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라며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