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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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직관과 본능’…편향 나침반을 만들어보자



경영진은 AI의 ‘편향’을 두려워하도록 교육받아왔다. 차별적인 채용 알고리즘부터 불평등을 강화하는 예측 모델에 이르기까지, ‘편향’은 이제 시스템 실패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현재 많은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이 이 편향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종종 우리가 결함이라 여기는 인간의 편향, 즉 직감이나 패턴 인식, 본능 같은 요소가 오히려 유용하고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축적된 전문지식,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관, 그리고 특정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의미한다. 이런 인간적 편향이 AI 시스템과 현명하게 결합될 때, 혁신은 더 빨라지고 맹점은 줄어들며 전략적 이점이 생긴다.

핵심 과제는 ‘파괴적인 편향’과 ‘건설적인 편향’을 구분하고, 후자를 억누르지 않고 AI의 방향을 제시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직관이 모델을 이길 때

한 제품 리뷰 회의가 기억난다. 데이터는 “출시 준비가 끝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모델 결과도 깔끔했고, 모든 지표가 녹색이었다. 하지만 내 직감은 그렇지 않았다. 필자는 출시를 잠시 보류하자고 주장했다. 몇 주 뒤 소비자 테스트가 시작되자, 내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 제품은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겪었을 것이다. 그 경험은 필자에게 한 가지를 확신시켰다. ‘감’이라는 형태의 편향이 항상 시스템의 오류는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유일한 안전장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봤다. 데이터를 맹신한 나머지 직관을 무시한 팀이었다. 한 제품 재조정 프로젝트는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는 이유로 강행됐지만, 대량생산 공정에서 질감이 거칠어지며 실패로 끝났다. 이것이 경험에서 비롯된 편향을 무시했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다.

좋은 편향의 과학적 근거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편향’이 항상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이 시간과 정보의 제약 속에서 완벽한 결정을 내리기보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직관적 규칙, 즉 휴리스틱(Heuristic)을 활용한다고 분석했으며, 이 개념은 현대 의사결정 이론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 빠르고 간결한 휴리스틱(Quick and Frugal Heuristics): 게르트 기거렌처와 연구진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복잡한 모델보다 단순한 휴리스틱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관적 판단은 즉흥적 충동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합리적 사고의 결과라는 것이다.
  •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의 경계: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시스템에서는 사람들이 알고리즘의 권고를 지나치게 신뢰해, 상충되는 증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의료, 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은 이러한 자동화 편향이 심각한 오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연구에서도 ‘건설적 편향’은 핵심 개념이다. 머신러닝은 학습을 이끄는 구조적 전제를 활용한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편향은 이 전제 역할을 하며, AI가 보다 현실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학습하도록 이끈다.

편향 나침반

이 개념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필자는 ‘편향 나침반’이라는 틀을 사용한다.

  • 건설적·미래지향 편향: 미래의 위험, 새로운 트렌드, 검증되지 않은 시도에 대한 직관. AI를 미지의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안내한다.
  • 건설적·과거지향 편향: 오늘날의 맥락에 맞지 않는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휴리스틱. 예를 들어, 오래된 소비자 선호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가정하는 경우다.
  • 파괴적·미래지향 편향: 과도한 조심성. 식품 안전이나 금융 규제 영역에서는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혁신을 가로막는다.
  • 파괴적·과거지향 편향: 편견, 특혜, 제도적 불평등 같은 문제. 신뢰를 해치고 성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 나침반은 리더가 편향이 ‘통찰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야를 가리는 장벽’이 되고 있는지를 구분하도록 돕는다.

산업별 적용 사례

1. 소비재(CPG): 복잡성 속에서의 직관적 판단

소비재 산업에서는 직관이 수백만 달러를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제품의 SKU를 재조정한 프로젝트에서, R&D 단계와 AI 최적화 시뮬레이션 결과 모두 완벽하게 나왔다. 그러나 한 연구원이 “이건 공장 라인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은 그 의견을 받아들였고, 실제로 초기 생산 라인 테스트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그 한 번의 직관적 판단이 수백억 원대의 재설비 위기를 막았다.

반대로, 과거지향적 편향은 회사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한 유명 브랜드는 ‘클래식’ 제품이 충성도를 보장할 것이라 믿고, 구형 SKU를 고수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식물성 혁신에 집중한 민첩한 경쟁사에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를 빼앗겼다.

2. 금융 서비스: 꼬리 위험(Tail Threat)에 대비하기

리스크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탁월하지만, 시장은 드물고 강력한 충격 사건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한 번은 리스크 모델이 지정학적 충격을 ‘잡음(noise)’으로 분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 고위 관리자가 이를 무시하고, 꼬리 위험 시나리오의 비중을 높이도록 지시했다. 그 판단은 옳았다. 실제 충격이 발생했을 때, 그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파괴적인 편향의 사례도 있었다. 한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확증 편향(affirmation bias)’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명백한 증거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포지션을 고수했다. AI 모델은 이미 하락 신호를 감지했지만, 그들은 이를 무시했다. 결과적으로 손실 규모는 9자리 수(수억 달러)에 달했다.

3. 기술 산업: 참여와 신뢰의 균형 잡기

기술 업계에서는 편향이 제품 직관(Product Intuition)에서 자주 드러난다. 필자는 한때 머신러닝 기반의 스팸메일 탐지 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새로운 기능이 필터링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데이터상으로는 완벽했다. 그러나 UX팀이 “정상적인 고객 메일까지 걸러낼 수 있다”는 직관적 우려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옳았다. 만약 그대로 출시했다면, 즉각적인 반발이 일어났을 것이다.

현상 유지 편향(Established order bias)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일부 팀은 “우린 항상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이유로 AI 기반 워크플로 자동화 도입을 거부했다. 그 결과, 효율성 향상이 수년간 지연됐다.

‘좋은 편향’을 조직의 역량으로 만드는 법

리더는 어떻게 편향의 생산적 측면을 제도화하면서, 파괴적인 요소를 걸러낼 수 있을까?

  1. 명확히 정의하라. 조직 내에서 ‘건설적 편향’과 ‘파괴적 편향’을 구분할 수 있는 공통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2. 전문가의 직관을 포착하라. 연구개발(R&D) 제약 조건이나 트레이더의 ‘경고 신호(crimson flag)’ 같은 인간의 직관을 AI 시스템의 모델링 엔진에 반영하라.
  3. 인간-AI 협업 프로세스를 설계하라. AI가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전문가가 결과를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4. 과거지향 편향을 점검하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휴리스틱이나 선입견이 작동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5. 선견지명을 보상하라. 데이터보다 현실을 앞서 예측한 ‘감’을 가진 직원을 인정하고, 이를 조직 내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리더가 월요일 아침에 해야 할 일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추상적인 편향 강의가 아니다. 즉시 실행 가능한 행동지침이다.

  • 질문하라: 이 편향은 미래의 위험과 기회를 향한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가정에 묶여 있는가?
  • 균형을 잡아라: 편향을 가설 설정의 출발점으로 삼고, AI로 이를 검증하라.
  • 제도화하라: 조직의 암묵적 전문지식이 떠나기 전에 포착해, AI 프로세스에 내재화하라.
  • 도전하라: 건설적 편향이 교조화되지 않도록, 새로운 데이터로 지속적으로 재조정하라.

전략적 통찰

필자가 내렸던 가장 어려운 리더십 결정은 제품 출시 여부였다. 데이터는 “출시하라”고 말했지만, 내 직관과 과거의 경험은 “위험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필자는 결국 출시를 중단했다. 당시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 결정 덕분에 지금도 회복하지 못했을 브랜드 타격을 막을 수 있었다.

필자의 원칙은 단순하다. 데이터의 출처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모델에 들어갔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면, 필자는 내 ‘감’을 따른다. 편향은 블랙박스형 알고리즘에 대한 맹신을 막는 나의 안전망이다.

AI는 과거를 분석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경쟁력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서 나온다. 인간의 편향, 특히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직관은 바로 그 능력을 제공한다.

음료를 개발하든,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든, 새로운 플랫폼을 확장하든 — 당신의 ‘감’은 결코 약점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자산이다.

리더의 과제는 편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편향 나침반’을 통해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현명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며, 소비자·규제기관·시장 모두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그 해답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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