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AI 도구를 직원에게 배포한 기업 중 상당수는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AI가 만든 산출물이 오히려 일을 늘리는 현상이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품질은 도구를 다루는 사용자의 숙련도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많은 직원이 이런 기술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스탠퍼드 소셜 미디어 연구소와 베터업 랩스(BetterUp Labs)는 이를 ‘AI 워크슬롭(AI workslop)’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소는 워크슬롭은 “겉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업무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AI 생성 작업물”이라고 정의했다.
페가시스템즈(Pegasystems)의 CTO 돈 슈어먼은 “AI 워크슬롭은 조직이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AI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슈어먼은 “창의성과 추론에 적합한 LLM을 정밀성과 규정 준수, 신뢰성이 필요한 영역에 투입할 경우, 표면적으로는 완성도 있어 보이지만 검증 과정에서 무너지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맞지 않거나 잘못된 추천, 허위 정보 생성,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는 행동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AI 워크슬롭의 발생 원인
두 연구소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직장인 1,1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0percent가 “지난 한 달 안에 동료로부터 AI 워크슬롭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업무 콘텐츠 중 약 16percent가 워크슬롭으로 추정됐다.
응답자에 따르면, 워크슬롭은 주로 동료 간(40%)에 공유되지만,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전달하는 경우(18%),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보내는 경우(16%)도 있다. 특히 전문 서비스 업종과 기술 산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맥킨지의 생성형 AI 플랫폼 릴리(Lilli)의 책임자 에릭 로스는 “AI 워크슬롭의 대표적인 사례는 직원이 LLM의 결과물을 거의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는 “이런 경우, 해당 직원이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법을 모르거나 AI의 환각과 오류 정보를 구별하지 못해, 결과물 검증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라며, “AI 워크슬롭은 결국 맥락과 전문적 판단이 부족하고 인간의 다듬질이 거의 없는 콘텐츠이다. 겉으로는 생산성이 있지만 실제 가치는 없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구인 플랫폼 다이스(Cube)의 폴 판즈워스 대표는 “AI가 만든 문서는 처음 보면 완성도 있어 보이지만, 두 번째 읽을 때 엉성함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판즈워스는 “수학이나 데이터, 논리 오류가 있거나, 내용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효율성이 높아진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결과를 재검토하고 수정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AI 워크슬롭이 가져오는 추가 업무와 피로
품질이 낮은 AI 콘텐츠를 동료에게 그대로 전달하면, 그 결과물은 결국 다른 직원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스탠퍼드 소셜 미디어 연구소와 베터업 랩스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AI 워크슬롭을 처리하느라 평균 약 2시간의 추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오류를 수정하고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며, 때로는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거나 코드를 새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은 직원 1명당 월 최대 186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직원 1만 명 규모의 조직에서 AI 워크슬롭 발생 비율이 41percent일 경우, 연간 약 900만 달러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워크슬롭은 조직 내 갈등도 초래하고 있다. 응답자의 53percent가 이런 결과물을 받았을 때 ‘짜증이 난다’고 답했고, 38percent는 ‘혼란스럽다’, 22percent는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또 42percent는 AI를 사용하는 동료를 ‘덜 신뢰하게 됐다’, 37percent는 ‘지능이 낮아 보인다’, 다수는 ‘창의성이나 역량이 떨어진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직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관리자에게 문제를 보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4percent는 “동료나 상사에게 AI 워크슬롭 문제를 알린 적이 있다”고 했고, 32percent는 “워크슬롭을 받은 이후 해당 직원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게 됐다”고 답했다.
페가시스템즈의 돈 슈어먼은 “관리되지 않은 AI는 단순히 업무 속도를 늦출 뿐 아니라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슈어먼은 “직원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계속 수정하거나 사실 확인을 해야 하면, 피로와 회의감이 쌓인다. AI가 생산성 파트너가 아니라 오히려 해야 할 일을 늘리는 존재가 된다”라고 경고했다.
AI 워크슬롭을 줄이기 위한 관리와 대응 전략
슈어먼은 “AI 워크슬롭을 막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은 교육과 거버넌스”라고 강조했다. IT 리더는 직원에게 AI 활용 역량 교육을 제공하고 실험 기회를 마련해야 하며, AI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생성 원리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업무 구조 안에 AI를 통합하고, 모니터링과 피드백, 감사 체계를 갖추면 직원은 ‘좋은 결과물’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모든 과제에서 그 기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스의 판즈워스 역시 “AI는 운전하는 사람만큼만 유용하다”라며 “조직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AI 도구는 자산이 아니라 위험 요소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판즈워스는 “핵심은 AI를 의도를 가지고 활용하는 것”이라며, “AI에 어떤 일을 맡길지 명확히 알고, 필요할 때 즉시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이 처음부터 AI에 익숙해질 수는 없지만, IT 리더는 직원이 AI 활용 능력을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판즈워스는 “생성형 AI 교육의 출발점은 AI를 신비한 존재가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이 AI 활용에 익숙해지고 판단력이 높아질수록 워크슬롭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슈어먼은 “AI 품질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문화 문제이기도 하다”라며,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AI 환경에 투자하는 조직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뿐 아니라, AI를 신뢰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인력을 육성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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